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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나이브스 아웃' - 클래식 추리소설의 부활
    영상 2020. 2. 19. 11:46

     

    추천 점수: 8.5/10 

     

    이 영화, 출연진이 예사롭지 않다. 007과 캡틴아메리카가 동시에 나오는 영화라니. 조연 급으로 나오는 배우들도 하나 같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들이다. 나이브스 아웃은 정말 좋은 추리 영화다. 추리소설의 팬이라면 아주 즐거운 2시간이 될 거다. 한국에서는 생각보다 흥행 한 것 같지 않은데,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리뷰를 시작해보겠다. 

     

     

     1. 고전 추리소설의 현대적 부활 

     

    이 영화는 10~15년 전 허겁지겁 책장을 넘기며 읽던 추리소설의 스릴과 그 특유의 감성을 완벽에 가깝도록 담고 있다. 아가사크리스티의 작품이나 셜록홈즈 시리즈 등의 추리 명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이다. 이건 큰 장점이자 리스크다. 장점인 이유는 검증된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즉, 잘 만든다면 확실히 흥행할 수 있는 소재라는 것. 하지만 리스크는 진부함이다. 검증된 소재라는 것은 많이 소모된 소재라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브스 아웃'의 소재 선정이 똑똑했던 이유는 이런 느낌의 고전적 추리 콘텐츠가 최근 십몇년 동안 제대로 상품화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진부할 것 같은 소재지만 사실은 굉장히 오랫동안 소비되지 않았고, 역으로 신선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모든 장치들이 고전적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대저택은 시대적 배경이 1900년대인 것으로 착각하게 할 만큼 고전적인 요소들로 충만하다. 인물들의 옷차림, 바닥에 깔린 카펫, 마당을 뛰어 다니는 개들,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갑옷 모형의 장식물들까지. 등장 인물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기 전까지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러한 고전적인 배경 위로 역시 고전적인 사건이 전개된다. 소설가는 죽었고, 유산을 탐내는 가족들은 모두가 조금씩 의심스럽다.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적당히 오만하고 유능해보이는 탐정이 등장한다. 우리 모두가 익숙한 전개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다. 워낙 익숙한 방식의 전개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이야기에 빠져든다. 

     

     

     2. 군더더기 없이 빠른 전개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질질 끄는 부분 없이 단순명료하고 빠른 전개다. 앞서 언급했지만 모두가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사용한 만큼 조금이라도 군더더기가 생기면 이야기는 지루해지기 쉽다. 익숙한 것을 소재로 사용할 경우의 가장 큰 리스크는 진부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화는 놀라울 만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불필요한 인물의 감정선에 시간을 허비하지도, 창작자의 결벽증적 완벽주의를 충족하기 위한 과도한 논리 만들기도 없다. 나이브스 아웃은 처음부터 끝까지 추리 영화가 주는 오락성에 확실하게 집중했고, 빠르고 임팩트 있는 장면들로 가득차있다. 

     

     

    3. 캐릭터 구축의 승리 

     

    나이브스 아웃이 보여준 캐릭터의 힘은 놀랍다. 나이브스 아웃의 캐릭터들은 일견 식상해보이지만 사실은 신선한 면모들로 가득 차있다. 어린 '제이콥'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사춘기 소년 캐릭터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사춘기 청소년이 아닌 정치적으로 '극우' 노선을 지지하는 청소년이다. 중2병 걸린 극우라니, 얼마나 신선한 설정인가? 현대 미국 사회의 실제 모습을 생각해보면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캡틴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반스가 보여준 부자집 양아치 아들 연기도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이건 캐스팅의 승리였다고 보는데, 크리스 에반스는 캡틴아메리카가 갖고 있는 모범생 이미지가 지배적인 배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랜섬'은 우리가 흔히들 상상할 수 있는 재벌2세 양아치의 모습이었다. 여기서 오는 이질감이 캐릭터에 신비감을 더했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의 본모습이 무엇일지 계속 궁금해하도록 만들었다. 

     

    주인공 '마르타'는 가장 비중이 큰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가장 알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모든 캐릭터들 중 감정 표현도 가장 적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영화는 사실상 마르타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비중이 꽤 높은데, 주인공 캐릭터가 좀처럼 알 수 없는 캐릭터라는 점이 영화의 미스테리함을 더한다. 

     

     

     

    좋은 미스테리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재 자체가 엄청나게 신선해 소재의 힘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이야기, 그리고 소재 자체는 정석적이지만 이야기의 구성과 연출, 캐릭터 설정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이야기. 나이브스 아웃은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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