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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넷플릭스 드라마 '굿 플레이스' - 스포일러영상 2020. 1. 7. 23:42
넷플릭스의 드라마 굿 플레이스 추천 점수: 6.5/10
미국식 유머를 좋아한다면 추천. 신선하지만 제멋대로인 이야기는 취향이 갈릴 수 있다.
넷플릭스를 좋아하지만 최근 볼만한 작품이 많지 않다고 느끼던 차에 접하게 된 작품. 하우스오브카드나 블랙미러 같은 작품들 만큼 센세이셔널 하지는 않았지만 꽤 볼만했다.
아주 아주 독특한 세계관
굿플레이스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난 신선함이다. 드라마는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굿 플레이스의 사후세계는 수염 긴 염라대왕도, 머리에 링 달린 금발의 천사도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신과함께'의 사후세계가 그랬던 것처럼 굿플레이스는 매우 현대화된 사후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후세계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각도기와 자를 이용해 책상에서 도면을 그리고, 양복을 입고 있다. 용어부터 천국 지옥 대신 '굿 플레이스', '배드 플레이스'다.
디테일한 설정들 역시 신선함으로 가득차있다. 굿플레이스, 즉 천국에 처음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큰 스크린 화면을 띄워 놓고 오리엔테이션을 한다든지, 사람이 사는 동안 하는 모든 행동이 점수화되어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다든지 하는 설정들은 보는 맛이 있었다.
반전은 솔직히 조금 억지스러웠지만 워낙 신선했기에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주인공들이 살던 굿플레이스는 사실 굿플레이스가 아니라 배드플레이스이며, 주인공들을 정신적으로 고문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었던 것이다.
정신 나간 전개
첫 번째 반전 이후로 굿플레이스의 이야기는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제멋대로 전개된다. 주인공들을 고문하고자 가짜 굿플레이스를 설계한 악마 '마이클'은 고문에 성공하기 위해 800번이나 '재부팅'을 하며 끈질긴 시도를 한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제이슨은 굿플레이스의 전지전능한 어시스턴트인 '재닛'과 결혼을 하기도 한다. 이야기의 전개는 상식을 부정하며, 때로는 과하다는 생각에 약간의 거부감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이 지점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일 것 같다. 100%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꽤 재미있게 감상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후로 이 정도로 막 나가는 이야기를 감상했던 적이 없던 것 같다. 이처럼 제멋대로의 이야기를 만들고, 예산을 투입해 배우와 촬영장을 섭외하고, 수많은 시간을 연출과 편집에 투자하여 드라마를 완성시킨 과감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계속되는 유머의 향연
굿플레이스의 장르는 '시트콤'이다. 그 만큼 유머는 중요한 요소다. 굿플레이스의 모든 요소와 모든 연출이 유머를 위해 기획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나 굿플레이스의 유머는 직설적이지 않다. 보다 은근하고 능청스럽다. '프렌즈'에서 여자친구가 자기 음식을 먹었다고 화를 내는 '조이'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유머와는 종류가 다르다. 더 어려운 유머라는 말을 쓰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이건 순전히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주인공 중 한 명인 '타하니'는 생전에 잘 나가는 파티플래너였는데, 기회만 있으면 자신이 유명인들과 친구였다는 사실을 들먹인다. 그냥 "내 친구와 내가 뭘 했었는데" 하면 될 것을 "내 친구 브레드 피트와 내가 뭘 했었는데" 하는 식이다.
또는 이런 식이다. 고문을 위해 가짜 굿플레이스를 설계한 마이클이 배드플레이스의 원래 모습을 주인공들에게 설명 하며 이렇게 이야기 한다. "눈알을 뭉개버린다거나 이빨 달린 벌을 이용한 고문은 그냥 너무 진부하잖아!" 끔찍한 말의 내용과 그걸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마이클의 말투가 극단적으로 대비되고, 지금까지 주인공들이 겪어 왔던 비교적 고상한 고문이 대비되며 실소를 유발한다.
평소 스탠드업 코미디를 즐겨 보거나 미국식 유머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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