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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보는 커머스 시장 변천사
    먹고살기 2020. 5. 24. 12:28

    최근 유튜브나 직장인 교육 플랫폼 등을 통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로 부수입을 창출하는 내용의 강의가 인기를 얻고 있다. 앱스토리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 동안 신규로 개설된 스마트스토어의 수가 무려 3만 7천개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실로 엄청난 수가 아닐 수 없고, 스마트스토어가 커머스의 새로운 대세가 되고 있다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 

     

    나 역시 약 5년간 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으며, 그 중 하나는 커머스로 분류할 수 있는 사업이다보니 커머스 시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 이 포스팅에서는 지금과 같이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부수입을 창출하려는 개인 셀러들이 폭증하는 현상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생겨났는가에 대해 고찰해보도록 하겠다. 

     

     

    1. 새로운 마케팅 채널의 부상 

     

    때는 2010년대 초, 한국 유저들은 당시 최대의 플랫폼이던 싸이월드에서 대거 페이스북이라는 신규 플랫폼으로 옮겨가게 된다. 초창기 페이스북 광고는 실로 엄청난 효율을 자랑했다. 거기에는 세 가지 정도 이유가 있었는데, 가장 먼저 신생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광고를 하려는 경쟁자가 적어 상대적으로 광고비가 낮았으며, 이용자들의 광고 피로도가 누적되지 않아 광고가 효과적이었고, 마지막으로 강력한 관심사 기반 타겟팅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페이스북 광고는 진입장벽이 매우 낮았다. 5000원 정도의 소액으로도 광고 집행이 가능했으며, 놀랍게도 그 정도 금액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경쟁이 너무 치열하던 키워드 광고 시장, 최소 집행 금액이 크며 효과가 모호한 배너광고 시장의 훌륭한 대체재가 되었으며, 페이스북은 개인이나 소규모 업체 단위의 셀러들이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창구로 기능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러한 기회를 기반으로 성장한 소규모 커머스 업체들이 당시 대거 등장했으며, '블랭크'가 가 중 가장 성공적이고 유명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2. 새로운 상품 소싱 채널의 등장 

     

    아무리 좋은 마케팅 채널이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판매할 상품이 없다면 커머스가 성장할 수 없다. 페이스북의 등장과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는 '알리바바'라는 플랫폼이 등장해 빠른 성장을 일구어냈다. 알리바바는 일반적인 쇼핑몰 플랫폼이 아니다. 중국의 저렴한 제품 생산자들과 전세계의 판매자들의 연결시켜주는 B2B플랫폼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고객과 훨씬 가까워진 개인 셀러, 소규모 업체들은 알리바바라는 플랫폼을 통해 지금까지는 접근이 어려웠던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들을 손쉽게 소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신규 업체들에게 강력한 힘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트렌드 상품을 빠르게 수입하거나, OEM 제조를 통해 독특한 기능과 디자인의 아이디어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해졌다. 알리바바는 이런 식의 수입업이나 OEM제조업의 난이도를 엄청나게 낮춰줬다. 검색 한번으로 내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을 찾을 수 있었고, 이들과 영어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알리바바가 입점 업체를 보증해줬으므로 신뢰에 대한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중금속 필터 샤워기', '여드름 천연 비누', '공기를 직접 넣어 쓰는 빈백', '피젯 스피너' 같은 히트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고, 많은 소규모 업체들이 이런 제품들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3. 쇼핑몰 구축과 운영의 진입장벽 붕괴 

     

    마지막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의 진입장벽 역시 계속 낮아졌다. 카페24나 메이스샵 같은 플랫폼들은 이미 쇼핑몰 구축과 운영을 매우 쉽게 만들어놓고 있었는데, 2014년 네이버가 출시한 '스토어팜(현 스마트스토어)'는 쇼핑몰 운영의 난이도를 극단적으로 낮춰, 블로그 운영 수준으로 쉽게 만들었다. 스마트스토어는 결제 수단을 네이버 페이 하나로 단순화 하며 복잡하고 비용이 들던 PG사 계약, 보증 보험 등의 과정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쇼핑몰의 디자인과 기능 역시 블로그 수준으로 단순화 해버리며 아예 웹개발과 관련된 지식이 전혀 없어도 드래그앤 드롭만으로 쇼핑몰을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낮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 노출에 용이하다는 장점까지 겹치며 스마트스토어는 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대세로 부상한다. 

     

     

    4. 커머스의 새로운 노멀이 되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요소를 잘 활용하는 형태의 소규모 비즈니스들이 생겨났고, 빠르게 성장했다. 알리바바를 통해 저렴한 상품을 소싱하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광고를 해 고객을 유치하고,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판매하는 방식. 이러한 방식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효율적이었다. 페이스북 광고비는 저렴했고, 알리바바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았으며, 스마트스토어 이용자 역시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을 거치며 이 방식은 새로운 노멀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SNS 광고를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광고비 상승과 광고 피로도 증가로 연결되었고, 페이스북 광고는 더 이상 예전 만큼 효율적이지 않다. 이제는 너무 많은 개인 셀러들이 알리바바에서 상품을 소싱한다. 이는 마치 어디를 가나 똑같은 동대문표 보세 옷을 볼 수 있었던 과거 패션 쇼핑몰을 연상하게 한다. 이제는 모두가 비슷비슷한 중국산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빠르게 제품을 소싱하는 것은 별다른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과거에는 엄청난 효율성을 보장하던 방식이 새로운 노멀이 되어버린 것이다. 

     

     

    5. 결국은 다시 본질 

     

    사실 신규 플랫폼들을 활용해 높은 효율성의 혜택을 누리던 지난 몇년간의 현상이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일종의 시장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불균형과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시장은 다시 균형을 잡았고,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평균보다 큰 이익, 즉 '비경상 이익'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이처럼 안정화 된 시장에서는 결국 다시 본질적인 것들이 중요해진다. 바로 제품, 브랜드 같은 것들이다. 어떤 트릭을 사용하여 제품을 판매하는가보다 제품 자체가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이지, 얼마나 차별적 가치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들에게 깊은 신뢰를 준 브랜드인지가 중요하다. 물론 시장 상황은 빠르게 변하기 마련이고, 새로운 플랫폼 역시 등장할 것이다. 그에 따라 새로운 불균형 상태가 찾아올 것이고 이를 이용해 높은 이익을 얻는 것은 사업자에게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만을 찾아다니는 것은 너무 소모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속한 산업에서 본질에 집중하며 고객을 쌓는 활동이 충실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바탕에서 조금씩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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